유럽축구를 조금만 관심 있게 지켜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듯이 각 리그의 득점왕은 단순한 골잡이를 넘어 팀의 전술 핵심이자 리그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하지만 같은 축구라도 리그마다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득점왕이라 불리는 선수들의 스타일과 경기에서 맡는 역할은 상당히 다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꼭 갖추고 있는 공통적인 특징들도 존재하죠. 오늘은 EPL, 라리가, 분데스리가, 세리에A, 리그앙—이른바 유럽 5대 리그의 최근 득점왕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공통점과 리그 특성에 따른 차이점을 비교 분석해보겠습니다.
피지컬과 위치 선정 능력: 득점왕의 기본 조건
득점왕이라 불리는 선수들의 대부분은 '피지컬'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키와 몸무게뿐만 아니라 체력과 스프린트, 점프력 등 전체적인 신체 능력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죠. 예를 들어 EPL의 엘링 홀란은 190cm가 넘는 키에 폭발적인 속도를 겸비한 괴물 스트라이커로 수비수들과의 몸싸움에서 절대 밀리지 않으며, 공중볼 경합에서도 강점을 보입니다. 하지만 신체 조건만으로 득점왕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이들에게는 탁월한 위치 선정 능력이라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습니다. ‘골냄새를 맡는다’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죠. 레반도프스키, 케인, 음바페처럼 최정상급 골잡이들은 골대 앞에서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선수들입니다. 상대 수비의 시선을 피하고 팀 동료의 패스가 올 곳을 미리 예측하며 찰나의 빈틈을 놓치지 않는 위치 선정 능력은 이들이 다득점할 수 있는 핵심 요소입니다.
리그별 전술 차이: 역할이 달라지는 이유
득점왕들이 맡는 역할은 리그의 전술 스타일에 따라 꽤나 달라집니다. EPL은 전통적으로 속도와 파워를 중시하는 리그입니다. 공수 전환이 빠르고 수비 라인의 압박도 강하기 때문에 스트라이커는 순간 판단력과 빠른 피니시 능력을 요구받습니다. 홀란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한 것도 단순한 피지컬 외에 빠른 템포에 잘 적응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라리가는 훨씬 기술적이고 전술적인 움직임을 강조합니다. 레반도프스키처럼 라리가 득점왕은 단순한 마무리보다는 경기를 읽고 흐름을 조율하며 공격 빌드업에도 관여하는 유형이 많습니다. 세리에A는 전통적으로 수비가 강한 리그입니다. 좁은 공간에서 기회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슈팅 타이밍과 결정력이 핵심입니다. 리그앙은 젊은 선수들의 무대답게 속도와 돌파력이 큰 영향을 미치며 음바페는 그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반면 분데스리가는 압박과 전환 속도가 조화롭게 이루어진 리그로 해리 케인처럼 전천후 스트라이커가 유리합니다.
골 유형과 득점 패턴: 어떤 골을 어떻게 넣느냐도 다르다.
득점왕들이 ‘어떻게’ 골을 넣는지도 리그마다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EPL에서는 박스 안에서의 마무리와 세트피스 득점이 주요합니다. 반면 라리가에서는 드리블 돌파, 짧은 패스를 통한 연계 플레이 그리고 페널티킥이나 프리킥을 통한 골이 자주 등장합니다. 세리에A는 골 찬스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기회를 살리는 '결정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리그앙은 돌파에 의한 득점이 많습니다. 특히 음바페처럼 폭발적인 스피드와 마무리를 갖춘 선수는 측면에서 안쪽으로 들어와 골을 만들어내는 ‘컷인 슈팅’이 주요 득점 루트입니다. 분데스리가는 다양한 패턴이 섞여 있습니다. 케인은 중거리 슛, 헤더, 연계 플레이를 통한 침투까지 가능한 선수로, 팀 전술에 따라 유연하게 득점 방식이 달라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결국 유럽 5대 리그의 득점왕들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났고, 각 리그의 성격에 따라 다른 역할과 득점 방식을 갖추고 있지만, 이들이 반드시 공유하고 있는 핵심 요소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바로 뛰어난 피지컬, 탁월한 위치 선정, 그리고 기회를 살리는 결정력입니다. 팬이라면 단순히 누가 골을 많이 넣었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그가 왜 그렇게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 리그의 특성이 무엇인지를 함께 살펴보는 시각을 갖는 것이 진정한 축구의 재미일지도 모릅니다.